성서대학

전도서 1:1-3 “다윗의 아들 예루살렘 왕 전도자의 말씀이라 전도자가 가로되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사람이 해 아래서 수고하는 모든 수고가 자기에게 무엇이 유익한고.”

 

이스라엘과 우리는 풍습면에서 많은 차이가 나타나고 있는데 그 중 하나를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즉, 우리에게 새로운 해, 첫 달은 두말할 필요없이 달력의 겉표지를 넘기면 나타나는 1월이다. 그러나 현대 이스라엘의 달력을 펴보면 대개 그 첫 장이 우리의 9월부터 시작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는 그들이 미슈나(구전율법 모음집)의 전통에 따라 티쉬리월(우리의 9/10월)을 신년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이스라엘은 음력을 사용하고 있다). 티쉬리월에는 많은 신년 축제들이 이어진다. 제 1일에는 로쉬 하샤나(Rosh Hashana)라는 신년 축제가 있고, 제 10일에는 욤 키푸르(Yom Kippur)라는 대속죄일이 있다. 특히 대속죄일에는 전국적으로 금식이 행해지며 TV까지 일절 중단된다. 극단적인 경우 정통파 유대인들은 구급차 운행까지 반대하고 운행하는 구급차에 돌을 던질 정도다. 1973년 중동전쟁 당시 이집트와 시리아가 기습 공격을 감행한 때도 유대인들이 아무일도 하지 않는 대속죄일 때였다. 신년축제는 티쉬리월 15-21일에 있는 초막절 축제로 마감된다. 초막절은 이스라엘이 광야에서 방황하는 동안 초막에서 생활하던 때를 상기시키는 절기로, 모든 집에서는 모형 초막을 지으며 각 가정에서는 초막에 둘러앉아 절기의 음식을 먹으며 노래와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이 때 함께 읽는 성서가 전도서다.

우리의 경우와 시기는 일치하지 않지만 이스라엘 백성들이 신년축제인 초막절에 읽는 전도서를 우리도 새해를 맞이하여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읽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전도서는 얼핏 보기에 세상 모든 일이 헛된 것이라는 허무주의를 말하고 있는 성서같이 보인다. 전도서의 기자로 알려진 솔로몬은 책의 서두부터 해 아래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이 헛되다고 말한다. 즉, 그가 쌓았던 모든 부요함과 지식, 향락, 권세와 권력 등 모든 것이 헛되며 해 아래 새것은 없다고 선언한다. 그러나 자세히 읽어보면 전도서는 허무주의의 선포 메시지의 핵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경외하지 않는 인간 중심적인 가치와 그것을 획득하기 위해 쏟는 모든 노력이 허무하다고 선언하며 책의 결론을 다음과 같이 맺고 있다.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 명령을 지킬지어다. 이것이 사람의 본분이니라.”(전 12:13) 다시 말해 전도서는 허무한 삶을 추구하지 말고 진정 가치 있는 삶인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을 살라고 우리 모두에게 충언하고 있는 것이다.

전도서를 읽으며 우리는 오늘 하루의 삶을 어떤 가치에 중심을 두고 살아야 할지 조용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만일 돈, 권력, 학위 등에 삶의 최상의 목표를 둔다면 전도서를 우리에게 가장 헛된 삶을 산다고 단호히 선언할 것이다. 오늘 하루 우리는 하나님을 경외하지 않는 모든 삶이 허무하다는 전도서의 말씀을 음미하며 세상의 가치를 배격하고 하나님께만 무릎꿇는 삶을 살기를 조용히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