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12 22:02
거짓말
배밭에 틀어 앉은 산막을 찾아
댓 걸음 앞서 걷던 너는 고개 돌리며
그냥, 바람이 싫다고 한다
나는 바람과 꽃 대신
말에 실린 마음의 무게를 재고 있다
좋고 싫음을 모르는 쑥부쟁이는
애기 손톱만큼 자라면서 웃는데
둔덕 아래 흐드러진 조팝나무
새악시의 치마처럼
수줍어서 언뜻 간지럽고
숨이 차 오른 나는
거짓말을 하고 싶다
꽃을 좋아한다
너보다 꽃을 더 좋아한다
새순이 돋기 전에 하늘로 날아간 꽃
향기가 눈물이 되어버린 꽃
가까이 갈 수 없어서 나는 행복하다
나는 너에게
꽃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언덕배기 너머로
꽃 이파리 후르르 날리고 숨어버린 말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25 | 그래서, 내가 최후의 | 두둥둥 | 2018.08.16 | 11 |
424 | 천정 사각 모퉁이에서 | 두둥둥 | 2018.08.16 | 8 |
423 | 고르며 옥토를 만들고 | 두둥둥 | 2018.08.15 | 11 |
422 | 그 안에 숨쉬는 것 | 두둥둥 | 2018.08.15 | 11 |
421 | 남남으로 지내는 | 두둥둥 | 2018.08.15 | 8 |
420 | 색의 다양함에 있고 | 두둥둥 | 2018.08.15 | 14 |
419 | 기억의 끝을 이파리가 | 두둥둥 | 2018.08.15 | 11 |
418 | 얼굴 붉은 사과 두 알 | 두둥둥 | 2018.08.14 | 23 |
417 |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 두둥둥 | 2018.08.14 | 6 |
416 | 내가 너에게 해 줄 수 있는 모든것들 | 두둥둥 | 2018.08.14 | 12 |
415 | 그가 무안하지 않도록 적당히 | 두둥둥 | 2018.08.14 | 12 |
414 | 바람과 | 두둥둥 | 2018.08.13 | 15 |
413 | 모든 인간에게 세상에서 | 두둥둥 | 2018.08.13 | 14 |
412 | 원망하지 않는 | 두둥둥 | 2018.08.13 | 11 |
411 | 어차피 실수란 | 두둥둥 | 2018.08.13 | 15 |
410 | 내 옆에 사람들이 있썼었나 | 두둥둥 | 2018.08.13 | 15 |
409 | 따뜻한 손처럼 | 두둥둥 | 2018.08.13 | 7 |
408 | 따사로운 눈길을 | 두둥둥 | 2018.08.13 | 15 |
» | 둔덕 아래 | 두둥둥 | 2018.08.12 | 20 |
406 | 오늘 알았습니다 | 두둥둥 | 2018.08.12 | 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