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08 01:50
그 많던 사람들은 지금
어디로 다들 사라졌는지,
어느 곳으로 숨고 말았는지,
가을 거리에는 쓸쓸한 발자국
몇 개만 비뚤비뚤 남아 있습니다
누구나 바다와 통하는 창문을 갖고싶을 게다
창문을 열어제치면 바스락거리는 파도가 보이고
백사장에는 꽃게가 물을 나르고
달팽이가 모래성을 쌓고
소나무 그늘에는 갈매기가 던지고 간 똥무더기에서
붉은 해당화 수줍게 핀 그런 바다를 갖고싶을 게다
나는 지금 집으로 가고 있습니다
아니, 잠시 자그만한 섬에 홀로
여행을 떠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소금 냄새에 이끌려 덜컹거리는
버스를 타고 아무도 없는 섬,
그 불 꺼진 섬에 가는 중입니다
갈매기의 발목에는 꽃편지가 묶여 있고
물 위에는 누군가가 던져 놓은
그리움의 파문이 아직도 흔들거리는,
하지만 쓸쓸합니다 이 계절에는
혼자라는 사실이 참 불편합니다
울고 싶을 때 기댈 가슴 하나 없고
기쁠 때 서로 미소를 건넬 얼굴
하나가 없는 까닭입니다
이게 바로 쓸쓸하다는 것이구나,
새삼 입가에 쓴웃음이 머뭅니다
한때는 사람이 싫어서,
사람이 지겨워서 그 둘레를 벗어나고자
몸부림을 친 적이 있었지만
막상 그 틀을 벗어나면
다시 사람이 그리워지는 건 왜 그런지,
천상 나도 사람인가 봅니다
그렇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그리워해야
정말 사람인 것이지요
그러기에 나만의 섬, 나만의 바다,
나만의 갈매기는 더이상 의미가 없습니다
사람 안에 내가 있고 그대가 없으면 나도 없기에,
사람이 그립습니다
비가 오려고 폼 잡는 이런 날에는
정말 사람냄새가 그립습니다
막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
오늘따라 유난히 매번 지나던 길이
새삼 낯설게 느껴집니다
새* 손가락만큼 열린 차창 사이로 밀려
들어오는 바깥 세상,
하나 둘 가게의 불빛은 점점 희미해지고
달님조차 구름 뒤에 숨어
순식간에 사람들의 가슴 속에 어둠이 드리웁니다
어둡다는 것, 그건 쓸쓸함의 시작인가요
낮 동안에 함께 웃음을 주고 받던
수많은 거리의 사람들,
일회용 커피를 마시며 삶의 무게를 내려놓았던 동료들,
출근길에 어깨를 부딪히며 아직도 졸린
나의 하루를 서둘러 깨웠던 익명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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