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20 21:33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천 년에나 한 번 마주칠 인연인 것처럼
잠자리 날개처럼 부르르 떨며
그 누군가가 내게 그랬습니다
먹구름처럼 흔들거리더니 대뜸..내 손목을 잡으며
함께 겨울나무가 되어줄 수 있느냐고
눈 내리는 어느 겨울 밤에 눈 위에 무릎을 적시며
인연은 서리처럼 겨울담장을 조용히 넘어오기에
한 겨울에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놓아야 한다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나무와 구름 사이 바다와 섬 사이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수 천 수 만번의 애닯고 쓰라린
잠자리 날개짓이 숨쉬고 있음을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그렇기에 겨울꽃보다 더 아름답고
사람 안에 또 한 사람을 잉태할 수 있게 함이
그것이 사람의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등나무 그늘에 누워
같은 하루를 바라보는 저 연인에게도
분명, 우리가 다 알지 못할
눈물겨운 기다림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연이란 잠자리 날개가 바위에 스쳐
그 바위가 눈꽃처럼 하이얀 가루가 될 즈음
그때서야 한 번 찾아오는 것이라고
그것이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845 |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 두둥둥 | 2018.08.14 | 6 |
844 | 자신을 격려하고 아끼는 방법 | 김유정 | 2018.08.18 | 6 |
843 | 묵고 묵은 껍질 | 두둥둥 | 2018.08.19 | 6 |
842 | 여름밤 흐르는 은하수 별들 | 두둥둥 | 2018.08.20 | 7 |
841 | 오늘도 멀찍이서 지켜보며 | 두둥둥 | 2018.08.12 | 7 |
840 | 신이 아닌 모든 사람과 | 두둥둥 | 2018.08.17 | 7 |
839 | 따뜻한 손처럼 | 두둥둥 | 2018.08.13 | 7 |
838 | 어제의 덜 풀린 피곤 | 두둥둥 | 2018.08.19 | 7 |
837 | 바람에 밀려 | 두둥둥 | 2018.08.12 | 7 |
836 | 당신 때문에 행복 한 | 두둥둥 | 2018.07.12 | 7 |
835 | 천정 사각 모퉁이에서 | 두둥둥 | 2018.08.16 | 8 |
834 | 남남으로 지내는 | 두둥둥 | 2018.08.15 | 8 |
833 | 더 자잘한 것들은 | 두둥둥 | 2018.08.20 | 9 |
832 | 칠흑 같은 | 두둥둥 | 2018.08.24 | 9 |
831 | 눈물속에 아른거리는 | 두둥둥 | 2018.07.23 | 9 |
830 | 유리창 너머 | 두둥둥 | 2018.08.24 | 10 |
829 | 흐르는 시간만 | 두둥둥 | 2018.08.11 | 10 |
828 | 꽃은 죽음의 조형 | 두둥둥 | 2018.08.12 | 10 |
827 | 우리 이제 손 잡고 | 두둥둥 | 2018.08.21 | 10 |
826 |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 두둥둥 | 2018.08.11 |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