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짓밟혀서도 다시

2018.09.29 21:13

두둥둥 조회 수:42

qtj00uv.jpg

 

추억은 혼자

 

짓밟혀서도 다시

움을 밀어 올리는 풀잎

침묵의 들판 끝에서

추억은 혼자 분주하다

 

너무 가벼워서 가지조차

흔들리지 않는 집

그렇게 생각하니

내 생이 아려온다

 

생을 벗어버린 벌레들이

고치 속으로 들어간다

 

겨울 들판에 남아 있는

철새들의 영혼

오래 만지다 둔

낫지 않은 병,

추억은 어제로의

망명이다

 

한 번도 이름 불러보지

못한 사람의 이름

눈 속에 묻힌 씀바귀

 

내 등뒤로 사라진 어제,

나 몰래 피었다 진 들꽃

 

이제는 보이지 않는 것도

사랑해야 하리라

 

오랫동안 나는

보이는 것만 사랑했다

 

겹겹 기운 마음들을

어둠 속에 내려놓고

풀잎으로 얽은

초옥에 혼자 잠들면

발끝에 스미는

저녁의 체온이 따뜻하다

 

추억이 종잇장 찢는

소리를 내며 달려온다

 

놀이 만지다 두고

간 산과 나무들을

내가 대신 만지면

 

저녁이 되면 먼

들이 가까워진다